참고로, 족자 세 점 가운데 맨오른쪽 족자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上苑春先入   궁궐 동산에 봄이 먼저 드니
中園花盡開   동산 가운데 꽃이 다 피었네
惟餘幽徑草   오직 남아 있는 깊은 그늘길의 풀들은
尙待日光催   아직도 햇볕이 들기를 재촉하네

전해오는 기록에 따르면, 이완용은 어린 시절 신동으로 소문났었다고 합니다.

당시 세도가인 양부(이호준)의 배려로 서예가이자 한문에 능통한 스승 밑에서 정식으로 한문을 수학했고 글씨도 그 때 배웠다고 합니다.

1882년 25세 때 증광문과(增廣文科) 별시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였으며, 궁궐 내에서 글씨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쓴 글씨는 그의 친일행적과는 별개로 조선시대 유학을 공부한 사람의 면모가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현판까지 쓸정도로 당대 최고 명필로 인정 받음
심지어 독립문 현판도 이사람이 글씨라는 설이 유력

김구 선생(왼쪽)과 이완용(오른쪽) 글씨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학식이나 정신적 수준을 갖췄는지, 성격이 어떤지,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알 수 있다. 학식이 높은 사람은 글씨가 완숙하고, 선 굵은 대인의 면모를 가진 사람은 글씨가 크고 속도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곧은 품성을 가진 사람은 글씨에 힘이 있고 최소한 정제된 균형미가 있다. 자결한 사람, 관료로 평생을 바친 사람, 의병장으로 기개를 떨쳤던 사람, 어진 선비, 교활한 친일파 등의 특징이 글씨에 유형적으로 드러나고 구체적인 성격도 밀도 있게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항일 운동가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작고 정사각형 형태로 반듯하며 유연하지 못하고 각지고 힘찬 것이 많다. 글자 간격은 좁고 행 간격은 넓으며 규칙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친일파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크고 좁고 길며 유연하고 아래로 길게 뻗치는 경우가 많다. 글자 간격이 넓고 행 간격은 좁으며 규칙성은 떨어진다."

“자결한 항일지사들의 글씨는 더 반듯하고 더 규칙적이며 상당히 정돈되어 있다. 글자의 선은 곧고 각진 것이 많다. 이들 특징은 일반적인 항일운동가와 다를 바 없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마음먹은 것을 곧 행동에 옮기는 습성, 빠른 결단력, 이것이 속도의 빠름과 관련 있다.”

김구선생과 친일파 이완용의 비교는 눈 여겨 볼만하다. 간 찰에 나타나는 이완용의 글씨는 밑으로 뻗치게 썼다고 한다. 따라서 이완용의 성격을 독창적이고 즉흥적이며 감정적인 성격이었을 거라고 진단하며, 행 간격이 좁아서 옆 행의 글씨에 거의 닿아있으므로 남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글씨의 속도도 빠르다고 했는데 이는 글씨 연습을 많이 했음을 의미하지만 판단이 매우 빠른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술시장에서 130X30센티미터인 반절지를 기준으로 김구 선생의 글씨는 1천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이완용의 글씨는 30만원에서 50만 원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