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000270)가 미국에서 신형 포르테(K3) 출시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10달러 낮춰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가격을 올려 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미국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에 따르면 기아차는 준중형 세단 포르테(K3)의 2015년형 모델 가격을 2014년형 모델보다 10달러 낮춘 1만6690달러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 기아자동차 K3 모습/조선일보 DB

기아차 미국 대변인 제임스 호프는 "이번 가격 인하로 준중형 부문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드먼드닷컴은 "경쟁 차종인 혼다 시빅, 포드 포커스, 도요타 코롤라의 신형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아직 가장 싼 가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아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10 달러는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형 차량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수십만원씩 인상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아차는 대형 세단 K9을 제외하고는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자동차 가격을 계속 올려 왔다. 지난 4월 출시한 2014년형 K3 세단의 경우 1.6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2013년형 K3 세단보다 23만~49만원 올린 1543만~1999만원으로 정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2014 프라이드 해치백의 경우 1.4 MPI모델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8만~13만원 올린 1338만~1647만원으로 책정됐고, 세단의 가격도 1.4MPI 모델이 종전보다 8만~18만원 인상된 1293~1592만이었다. 5월 선보인 중형 세단 K5 역시 2015년형 모델이 10만~35만원 인상됐다.

특 히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포르테(K3)의 가격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리지 않고 오히려 내린 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9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16.2원으로 5년 10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포르테(K3)의 미국 가격(1만6690달러)을 9일 환율(1016원)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1695만7040원이다. 작년 6월 10일 환율(1127원) 기준으로는 1880만9630만원이다. 환율하락으로 원화 환산 매출이 대당 185만원(1820달러) 줄었음에도, 오히려 10달러 가량 가격을 할인해 준 것이다.

현 대·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2011년부터 제값 받기 운동을 진행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신형그랜저HG의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25.5%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만 제값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시장은 현대·기아차가 79.6%(1~5월 기준)를 점유하고 있어 가격을 맘대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시장 점유율은 8.1%(1~5월 기준)에 불과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국 내와 해외 시장에 대한 차별화 전략에 국내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5월 미국에서는 6만87대를 팔며 월별 판매량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진출 20년 만에 월별 판매량 6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5월 판매량은 3만6252대로 전년대비 8.2%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출고가 인하폭이 크진 않지만 상징성 측면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낄만한 내용"이라며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이 된 만큼 국내외 고객을 차별않고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