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전장에서 대공(對空) 방어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군사 강국들은 대공 방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신궁, 천궁, 천마 등과 같은 독자적인 대공무기체계를 개발해 ‘하늘 수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휴대용 미사일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79년 시작된 소련과 아프카니스탄 간 전쟁이다. 당시 두각을 나타낸 무기는 단연 미국제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SAM)인 ‘스팅어’다.

소 련의 공격헬기인 ‘하인드’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던 아프카니스탄 저항세력 ‘무자헤딘’에게 미국이 지원한 스팅어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아프카니스탄이 소련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스팅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련군은 10여년간 계속된 전쟁에서 총 450여대의 항공기 손실을 입었다. 이중 60%가 넘는 270여대를 스팅어가 투입된 이후인 마지막 3년동안 잃었다.

지상군, 특히 보병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항공기와 헬기다. 특히 헬기는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지형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남한과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헬기 전력을 구축해놓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의 헬기는 육·해·공군 합쳐 700여대 수준으로 세계 6위의 군용헬기 보유국이다. 북한 보유 헬기는 300여대다.

스 팅어 처럼 항공기의 열원을 표적으로 이용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는 1970년대 미국·러시아·프랑스 등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미국의 스팅어 뿐 아니라 러시아의 SA시리즈, 프랑스의 미스트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군 역시 이들 무기를 도입해 운용했다.

신궁 시험 발사 모습 [LIG넥스원 제공]

신궁의 개발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에 이어 세계 5번째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개발 국가가 됐다. 신궁은 우리 군에 2004년 실전 배치돼 기존에 활용하고 있던 미스트랄을 대체했다.

신궁의 임무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나 헬기 및 무인비행기 등에 대한 방공 임무를 근접 지원하는 것이다. 무기체계 특성상 병사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운용한다.

사 수는 발사대에 앉아 발사 임무를 수행하고 부사수는 유도탄과 무전기를 소지한다. 부사수는 운용시 무전기를 통해 지휘부 지시 및 저고도탐지레이더의 표적정보 지원을 받는다. 동시에 원거리 관측이 힘든 사수를 지원하기 위해 망원경으로 표적을 관측한다.

신 궁은 적 항공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열원을 추적해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는 적외선호밍(homing) 유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발사 후 별도의 조준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특히 적기에서 뿌리는 기만용 불꽃(flare)의 열기와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정확히 식별해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2색 탐색장치(two color IR seeker)를 갖추고 있다.

근 접신관 기능도 특징이다. 유도탄이 타격 목표에 일정 거리내 근접하게 되면 720여개의 파편이 폭발해 항공기 엔진까지 관통시킨다. 또 2009년 세계 3번째로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한 피아식별기와 야간조준기까지 장착했다. 원거리에서 아군과 적군의 항공기를 구분할 수 있으며 야간 작전 투입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신 궁은 발사부터 타격까지 최대 10초가 소요된다. 목표를 격추하지 못했을 때에는 공중에서 자폭해 지상 폭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한다. 이중 추력 장치를 탑재하고 있어 최대 속도가 마하2에 달한다. 최대 사거리는 7km, 최대 고도는 3.5km이다

명 중률과 휴대성 면에서도 경쟁 무기 체계 대비 뛰어나다. 2003년 실제 군 운용시험 평가 중 실시된 탐지·추적 비교시험에서 미스트랄보다 약 10 : 7의 스코어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신궁은 길이 1.6m, 무게 15kg, 지름 8cm로 미스트랄 보다 가볍다.

장병들이 신궁을 운용하고 있는 모습 [LIG넥스원 제공]

탐 색기는 유도무기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유도탄 머리부분에 탑재된다. 타격 표적이 발산하는 적외선을 탐지·포착·추적해 유도탄 비행에 필요한 유도신호 정보를 생성한다. 탐색기 국산화로 신궁의 국산화율은 50% 남짓에서 95% 이상으로 훌쩍 올라갔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LIG넥스원은 신궁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신 궁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궁수자리의 반인반마 ‘카이런’(Chiron)이라는 수출용 명칭까지 붙였다. 현재 우리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궁은 휴대용 단발 체계지만 차량 및 장갑차 고정용 및 연발 체계도 이미 개발해 놓은 상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세계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발전 추세에 맞춰 신궁에 대한 다양한 업그레이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수출국 현지 요구를 반영하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수출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