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방위산업 부분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선진국이다.

항공기와 유도무기는 물론, 전차와 장갑차량 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해외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무기 시장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나라가 후발 국가인 대한민국으로부터 자주포를 수입해 간다는 것은 충분히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폴란드는 냉전시절 공산국가로써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맞서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핵심 국가이기도 했지만, 무장의 대부분을 소련에 의존하던 다른 공산국가들과 달리 일찌감치 독자적인 무기 개발에 힘써왔던 국가였다.

이후 소련이 붕괴되고, 푸틴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내세워 공세적인 대외 전략을 구사하자 위협을 느낀 폴란드는 1999년 NATO에 가입하면서 기존에 러시아제 무기에 기반을 두고 있던 무기체계를 버리고, NATO 표준 무기체계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신형 자주포 프로그램 역시 이 같은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폴란드 국방부는 세계 최정상급 자주포를 개발한다는 목표 하에 영국 'BAE 시스템즈'의 기술협력을 얻어 개발을 시작했는데,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AS-90 자주포 포탑'을 자국이 개발한 차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자주포를 개발해냈다. 이것이 지난 2008년 처음 등장한 'AHS KRAB 자주포'이다.

<AHS KRAB 자주포>

이 자주포에 적용된 차체는 폴란드군이 새로 개발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군용 궤도 차량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차체였다. 예를 들어 이 차체에 포탑을 얹으면 자주포가 되는 것이고, 무인 포탑을 얹으면 경전차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차세대 플랫폼이라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AS-90을 기반으로 새로 개발한 포탑을 차체에 얹어 제작한 KRAB 자주포 10대를 폴란드 육군에 보내 시험 평가를 진행하던 중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애초에 장갑차 플랫폼으로 나왔던 차체는 20톤에 가까운 무거운 포탑을 지탱하는 것이 어려웠고, 사격할 때 엄청난 반동을 만들어내는 155mm 곡사포를 견디기에 버거운 차체였다.

이 때문에 차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차세대 플랫폼이라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AS-90을 기반으로 새로 개발한 포탑을 차체에 얹어 제작한 KRAB 자주포 10대를 폴란드 육군에 보내 시험 평가를 진행하던 중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애초에 장갑차 플랫폼으로 나왔던 차체는 20톤에 가까운 무거운 포탑을 지탱하는 것이 어려웠고, 사격할 때 엄청난 반동을 만들어내는 155mm 곡사포를 견디기에 버거운 차체였다.

그 결과 차체에 균열이 가거나 서스펜션이 망가지는 등 고장과 부품 파손이 속출했고, 폴란드 육군은 이 자주포를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추가 인수를 거부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개발업체가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차체에 적용했던 'S-12U 엔진'은 해당 업체가 공장을 폐쇄한 상황이어서 추후 안정적인 군수지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2008년 시제차량 등장 이후 4년 넘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자 폴란드 국방부는 차체 제작 업체인 '부마르(Bumar)'사에게 "늦어도 2014년까지는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폴란드 국방부는 "국내 기술이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외 도입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밝히고 일사천리로 K-9 자주포 차체 도입 계약을 체결해 버린 것이다.

폴란드 국방부가 자국산 차체를 포기하고 K-9 차체 도입 계약을 체결해버리자 부마르사는 "국내 방위산업을 죽이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AS-90 차체 수출을 기대하고 있는 영국 BAE 시스템즈 역시 "AS-90의 기술이 들어간 포탑에 짝퉁 차체를 결합하는 꼴"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해외 도입으로 눈을 돌린 폴란드가 발견한 K9 자주포는 높은 품질, 앞선 기술, 경쟁력 있는 가격, 안정적인 생산 보수 라인, 계속 진행 중인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까지 폴란드의 입장에선 이만한 물건이 없었을 것이다.

현재 세계의 명품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K9 자주포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터키에 제작 기술이 수출되었고, 핀란드에 48대의 중고 자주포 계약이 완료됐다.(대당 50억 원)

에스토니아에서도 급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스웨덴에선 경합 중이나 상당히 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무기 수출 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