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중국인민해방군이 정식으로 통합 발족한 이래 오랫동안 중국군의 군사 전략은 인민 전쟁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전 국토와 전 인민을 활용한 총력전 개념이다. 외적이 침입하면 광활한 영토 깊숙이 적을 끌어들여 적을 지치게 만든 뒤 많은 병력을 투입해 인해(人海)로 적을 삼켜 버리는 전쟁 수행 전략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군사력 증강의 초점을 물량에 맞췄다. 지상군은 보조 전력까지 500만에 육박하는 규모로 꾸려졌고, 해군은 소형 경비정과 어뢰정, 미사일 고속정 수백여 척으로 구성된 선단으로 연안 방어에 집중했다. 공군 역시 전국 각지 수백 개의 비행장에 분산 배치된 6,000여 대의 전투기로 전력을 꾸렸다. 질적 열세는 대규모 물량과 넓은 국토라는 공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상이 반세기 가깝게 중국군 수뇌부를 지배했다.

인민 전쟁 전략 속에서 중국 공군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것은 염가의 보급형 전투기들이었다. 중국은 구소련의 MIG-19 전투기를 복제한 J-6 전투기 4천여 대와 MIG-21을 복제한 J-7 전투기 2,400여 대를 생산해 주력 전투기로 운용했다. 이 전투기들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한 전력으로 평가되었지만, 중국군 수뇌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전력 구성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미국과 소련은 1970년대부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과 보급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공중전이 조종사의 시야 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싸우는 근접 공중전의 형태였던 것과 달리, 미사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시선 밖(BVR : Beyond Visual Range) 공중전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중국 공군의 주력인 J-6와 동일 계열인 MIG-19 전투기로 무장한 월맹군 전투기들은 수십km 밖에서 날아오는 미 공군의 스패로우 미사일에 영문도 모르고 격추됐고, 1982년 중동의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는 조기 경보기 지원을 받으며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압도적인 수적 우세의 아랍 전투기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도 했다.

현대 공중전에서는 질적 열세를 물량 우세로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레이더와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주력 전투기 J-8의 배치를 서두르는 한편, 현대 공중전에 부적합한 J-6, J-7 계열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경량 전투기 J-9 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J-8 전투기)

J-9 프로그램은 기술 부족으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차세대 경량 전투기가 반드시 필요했던 중국은 1986년 일명 ‘10호 계획’에 착수해 기존에 만들어 놓은 J-9B-VI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신형 전투기 개발에 들어갔다. 이렇게 등장한 전투기가 바로 J-10이다.

J-10 전투기는 1997년 시제기가 완성되어 98년 첫 비행에 나섰다. 이후 지속적인 보완 작업을 거쳐 2004년에 첫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J-10은 외형적으로는 서방의 4세대 전투기에 견줄 만했지만, 실제 성능은 크게 떨어졌다. 개발 초기 기술력이 부족했고, 천안문 사태 이후 외부로부터의 기술 도입도 어려웠기 때문에 비교적 입수가 용이한 구식 기술 위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3세대 후기형 전투기에 탑재된 기술들을 끌어모아 개발된 J-10A였지만, 성능은 그 이전의 그 어떤 중국 자체 개발 전투기보다 우수했다. 러시아제 고성능 AL-31F 엔진과 소형 경량 기체는 J-10A를 최대 마하 2.2 속도까지 가속시킬 수 있었고, 공중 기동 성능 역시 준수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이탈리아 기술을 참고해 자체 개발한 KLJ-10 기계식 레이더 역시 현대적인 AESA 레이더보다는 성능이 떨어졌지만, 다목표 동시 교전 능력을 보유하는 등 J-10A를 현대적인 공중전 수행이 가능한 전투기로 만들어 주었다.

중국은 170여 대의 J-10A를 생산, 기존의 노후 J-6 전투기를 대체했다. 그리고 J-10A를 진정한 4세대급 전투기로 탈바꿈시킨 J-10B 전투기를 개발했다.

2008년 처음 등장해 2015년부터 실전 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J-10B는 자체 개발한 AESA 레이더를 탑재했다. 공중 급유 기능의 추가, 정밀 유도 무기 운용 능력 향상, 항공 전자 장비의 일신 등 사실상 환골탈태에 가까운 개량이 적용됐다.

J-10B는 160km 거리에서부터 적기를 탐지해 80~100km 거리에서부터 6개 표적에 대한 동시 교전이 가능할 정도로 공중전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중국이 개발한 다양한 공대지 정밀 유도 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멀티롤 전투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전투기 역시 약점은 있었다. 바로 심장이었다. 중국은 J-10B에 러시아산 AL-31F 엔진 대신 자국산 WS-10 엔진을 적용했지만, 이 엔진이 문제였다. WS-10 엔진은 AL-31F를 불법 복제한 물건이었지만, 성능이 오리지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레이더와 전자 장비가 대대적으로 개량되면서 상당한 중량 증가가 있었음에도 엔진 추력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은 전투기의 기동성과 비행 성능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J-10B의 생산을 50여 대에서 종료하고 안정성과 성능을 크게 개선한 진짜 대량 양산형 J-10C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은 170여 대의 J-10A를 생산, 기존의 노후 J-6 전투기를 대체했다. 그리고 J-10A를 진정한 4세대급 전투기로 탈바꿈시킨 J-10B 전투기를 개발했다.

2008년 처음 등장해 2015년부터 실전 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J-10B는 자체 개발한 AESA 레이더를 탑재했다. 공중 급유 기능의 추가, 정밀 유도 무기 운용 능력 향상, 항공 전자 장비의 일신 등 사실상 환골탈태에 가까운 개량이 적용됐다.

J-10B는 160km 거리에서부터 적기를 탐지해 80~100km 거리에서부터 6개 표적에 대한 동시 교전이 가능할 정도로 공중전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중국이 개발한 다양한 공대지 정밀 유도 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멀티롤 전투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전투기 역시 약점은 있었다. 바로 심장이었다. 중국은 J-10B에 러시아산 AL-31F 엔진 대신 자국산 WS-10 엔진을 적용했지만, 이 엔진이 문제였다. WS-10 엔진은 AL-31F를 불법 복제한 물건이었지만, 성능이 오리지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레이더와 전자 장비가 대대적으로 개량되면서 상당한 중량 증가가 있었음에도 엔진 추력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은 전투기의 기동성과 비행 성능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J-10B의 생산을 50여 대에서 종료하고 안정성과 성능을 크게 개선한 진짜 대량 양산형 J-10C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J-10C는 기존의 A형이나 B형과는 상당히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다. 레이돔과 공기 흡입구는 물론 캐노피와 동체까지 상당한 설계 변경이 있었는데, 이는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감소시키기 위한 세미 스텔스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측이 주장하고 있는 J-10C 전투기의 성능을 살펴보면, 서방 주요 선진국이 배치하고 있는 4.5세대급 전투기의 기준에 부합한다. 레이더 반사 면적 감소를 위한 세미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고성능 레이더와 전자 광학 추적 장비(EOTS), 레이더 추적 탐색기(IRST) 등 다양한 탐지 수단과 고성능 항공 전자 장비를 탑재해 공중전과 지상 공격, 대함 공격까지 수행 가능한 멀티롤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J-10C는 J-20에도 탑재된 1475형 AESA 레이더를 탑재해 최대 250km 거리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1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KJ-500이나 KJ-2000과 같은 조기 경보기와 데이터링크로 연동해 효과적인 공중전 수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레이저 유도 폭탄과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위성 항법 장치를 이용한 정밀 유도 무기 운용도 가능하다.

중국 측 주장대로라면 J-10C는 속도와 기동성, 무장 탑재량과 항공 전자 장비 성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F-16의 최신 개량형인 Block 60형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J-10C는 신형 FWS-10B 엔진 탑재를 통해 최근 중국산 전투기들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엔진 신뢰성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F-16 최신형의 1/3 수준에 불과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무기로 대량 배치가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의 J-7 계열 전부와 J-8II 전투기 일부를 J-10C로 대체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하이(High)급 고성능 전투기인 F-15와 로우(Low)급 염가형 전투기 F-16으로 하이로우믹스(High-Low Mix) 개념을 구축한 것처럼 중국 역시 고가의 대형 고성능 전투기 J-11과 J-16, 염가의 J-10C로 하이로우믹스 개념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J-10C는 적어도 600여 대, 많게는 1,000여 대 이상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J-11)

수출 전망 역시 밝다. 경제적·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제 고성능 전투기 도입이 어려운 제3세계 국가들에게 있어 J-10C는 대단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이란과 파키스탄이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미얀마와 태국, 아르헨티나와 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J-10 도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의 J-10)

심지어 북한도 김정일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J-10 전투기를 공여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잘만 하면, 서방 세계의 베스트셀러 전투기인 F-16처럼 제3세계 국가의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판 F-16이라 할 수 있는 J-10의 성공은 마치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은 불과 10여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공군을 “구식 미그기로 인해 전술이나 하는 질 떨어지는 군대” 정도로 비웃고 괄시했다. 그렇게 중국을 비웃던 한국이 예산 부족, 의사 결정 지연 등으로 공군력 현대화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중국은 그 구식 미그기에서부터 시작해 착실하게 기술을 발전시키며 이제는 한국 공군을 질적으로 앞서는 공군력을 보유하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어 냈다.

개미를 비웃었던 베짱이가 추운 겨울 개미들에게 문전박대당하고 온갖 조소와 모욕을 당했던 것처럼, 과거 중국 공군을 비웃었던 한국은 이제 역으로 그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위기다. 전투기 부족 때문에 구식 F-5 전투기를 2030년까지 운용해야 할 판인데, 그 F-5가 과거 한국이 ‘구식 미그기’라 비웃었던 J-6이나 J-7 수준에 불과한 퇴물 기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