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태국은 국민들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정국 안정을 이끌어 온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타계 이후 즉위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선왕만큼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국 불안을 겪고 있다.

현재 태국 행정부 수반은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찬오차 총리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총리는 잉락 친나왓 총리의 부패와 실정(失政)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잉락 총리 축출 이후 국가평화유지위원회를 만들고 스스로 위원장에 취임한 쁘라윳 총리는 여러 차례 총선을 통한 민정 이양을 약속했지만, 갖가지 구실을 들어 선거를 미뤄 왔고, 5년째 사실상 태국의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오는 3월 예정된 총선을 통해 민정 이양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이 약속 역시 언제 뒤집힐지 모를 뿐더러 지금 이 순간에도 군·경과 정보당국을 이용한 선거 공작이 자행되고 있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군부 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와 야당 인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 등이 자행되면서 태국은 오랜 우방이었던 미국과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쿠데타 직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직접 태국 쿠데타를 언급하며 조속한 민정 이양과 인권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모든 유형의 원조와 군사 협력 중단을 통보하며 양국 간 거리는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쁘라윳 정권은 “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정리하는 한편, 미국의 지원과 협력을 대신할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태국에 전방위적인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군사 분야에 있어서 중국은 파격적인 수준의 호의를 베풀며 쁘라윳 총리의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잠수함 사업이었다.

태국 해군은 근대 해군 창설 이후 꾸준히 잠수함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잠수함은 ‘그림의 떡’이었다. 독일의 노후 중고 잠수함을 들여오는 방안이 성사 직전까지 갔었지만 무산됐고, 그 대안으로 한국의 209급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도 추진되었지만 이마저도 좌절됐다.

그러나 주변의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극빈국인 미얀마조차 잠수함 도입 사업에 착수하자 태국은 무리를 해서라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한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4개국 제조사에 제안 요청서를 보냈다.

사실 태국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은 사실상 한국 업체의 낙승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었다. 태국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잠수함 관련 교육을 받았으며, 여러 후보 가운데 한국 잠수함의 성능과 신뢰성이 가장 우수해 태국 해군 내에서 가장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잠수함은 너무 비쌌고 러시아 잠수함은 주변에 운용국이 너무 많아 태국 해군이 기피하는 물건이었다. 중국제 잠수함은 중국제 군함에 대한 악몽 때문에 태국 해군이 가장 꺼려하는 후보였다.

태국 해군 장병들에게 있어서 ‘Made in China’는 악몽과도 같았다. 1990년대 초에 중국제 호위함 2척을 도입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태국 해군 역사상 최대의 군함이었던 3,000톤 규모의 나레수안급은 태국이 자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으로 추앙받는 나레수안 대왕의 이름을 붙였을 만큼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는 군함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건조해 넘겨준 나레수안급은 이 위대한 왕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사실 태국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은 사실상 한국 업체의 낙승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었다. 태국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잠수함 관련 교육을 받았으며, 여러 후보 가운데 한국 잠수함의 성능과 신뢰성이 가장 우수해 태국 해군 내에서 가장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잠수함은 너무 비쌌고 러시아 잠수함은 주변에 운용국이 너무 많아 태국 해군이 기피하는 물건이었다. 중국제 잠수함은 중국제 군함에 대한 악몽 때문에 태국 해군이 가장 꺼려하는 후보였다.

태국 해군 장병들에게 있어서 ‘Made in China’는 악몽과도 같았다. 1990년대 초에 중국제 호위함 2척을 도입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태국 해군 역사상 최대의 군함이었던 3,000톤 규모의 나레수안급은 태국이 자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으로 추앙받는 나레수안 대왕의 이름을 붙였을 만큼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는 군함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건조해 넘겨준 나레수안급은 이 위대한 왕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선체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볼트와 나사가 곳곳에 튀어나와 있었고, 군함으로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방수격벽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소화 시설도 없었다. 작은 미사일이라도 한 방 맞으면 순식간에 격추될 판이었다. 설치되어 있는 함포와 미사일은 무장 발사 버튼을 눌러도 발사가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군함으로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태국은 배 값만큼의 수리비를 들여 스웨덴과 한국에 문제 해결을 의뢰해야 했다.

태국 해군 장병들은 ‘Made in China’를 극도로 혐오했지만, 쁘라윳 정부는 태국 해군 신형 잠수함 사업의 승자로 중국제 041형 잠수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장병들이 아연실색할 상황임에도 정부가 중국제 잠수함을 선정했던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조건이 대단히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급 잠수함의 개량형인 4,000톤급 잠수함 3척을 태국 해군에 인도하면서 결제는 25년 거치 무이자 분할 상환 조건을 제시했다. 25년간 쓰다가 잠수함이 퇴역할 때 쯤 이자 없이 원금만 결제하면 된다는 말이다. 사실상 돈 한 푼 안들이고 신형 잠수함 3척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제 조건에 더해 중국은 3조 원어치의 절충 교역은 물론, 잠수함 운용 기간 중 중국 정부의 품질 보증과 무상 기술 지원까지 약속했다. 이 정도면 태국이 중국의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태국에 잠수함과 경제 지원까지 덤으로 무상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공세는 잠수함 사업뿐만 아니라 육·해·공군 전체로 확산됐다. 태국 육군 최대 무기 도입 사업이었던 차세대 전차 사업에서는 한국의 K1A1과 러시아의 T-90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지만, 별안간 사업이 중단되고 중국제 VT-4 전차 대량 도입이 결정됐다. 유럽 업체와 협력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기로 결정됐던 차륜형 장갑차 도입 사업 역시 중국제 09형 장갑차의 수출형인 VN1 도입으로 바뀌었다.

중국제 전투기가 도입되면 기존의 지휘 통신 체계 및 군수 지원 체계를 전부 갈아엎어야 한다는 공군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결국 스웨덴제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도 중국은 J-10을 헐값에 제시하며 구매를 권유한 바 있었다.

중국은 전차와 장갑차 등 각종 무기 체계를 미국이나 유럽제 무기의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대량의 탄약과 수리 부속까지 넉넉하게 챙겨주며 태국 정부의 환심을 사고 있다. 한술 더 떠 지난 2017년에는 태국 현지에 군수 공장까지 합자 형태로 만들어 주며 각종 무기 체계의 태국 현지 생산까지 돕고 있다.

쁘라윳 정권의 국제적 고립과 중국의 무료·저가 무기 공세가 태국군을 중국제 무기로 ‘감염’시켜 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제 일색이었던 태국군 장비 목록에는 중국제 소총과 중기관총, 지대공 미사일이 등장했으며, 포병의 다련장 로켓과 주요 화기들은 이미 중국제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제 장비들은 소화기와 포병 화기는 물론 레이더와 통신 장비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갈수록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제 무기 감염’ 현상은 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동남아시아 각국과 협력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베트남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 최신 무기를 헐값에 제공하는 방법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통적인 중국제 무기 사용국이던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까지 중국제 무기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안 그래도 저렴한 무기 판매 대금의 결제 방식을 20~50년 거치 분할 상환 방식에 해당 금액만큼의 절충 교역, 중국 정부의 품질 보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무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무기 판매를 통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중국제 무기의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Made in China’가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선심성 공세와 미국의 무관심이 이 지역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공짜 무기’ 공세에 미국은 과연 어떤 카드로 대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