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C.php?mbsC=bullpen&mbsIdx=3505373&cpage=3
영화 '남영동1985' 고문장면을 보고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과 증오가 밀려오면서
영화의 내용은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 피와 신음소리만 뇌리에 남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함축하고, 보여주지 않을 수록 메시지 전달이 고급스러운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고문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흐름을 좀 깨는 듯 했습니다.
이미 등에 있는 상처자국들과 아들이 엄마를 앞에 두고도 정신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잔혹함과 이 상황의 안타까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그 후에 보여주는 고문장면들로 고개를 떨구게 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유태인학살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을 고문하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보다
유태인들이 사라진 빈 수용소를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당시 자유를 위해 소리냈던 사람들이 당한 고통과 노고를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것은
고문장면을 그대로 진짜처럼 표현하는 것보다 그 잔인함이 남긴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호인에서는 후자의 것을 잘 표현했음에도 고문장면을 굳이 등장시켜
이를 다 전복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포영화, 그 중에서도 슬래셔무비 저도 가끔 오락의 개념으로 즐겨봅니다.
아무리 팔다리가 짤려나가고, 눈이 뽑혀도 그냥 허탈하게 웃을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쾌감' 그것을 오락적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포스터부터 예고편까지 그런 류의 영화들을 선택하고 거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변호인은 그 기회를 애시당초부터 무시해버린거죠.
변호인에서 봤던 무릎사이에 나뭇대를 껴넣고 고문하는 장면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남영동에서의 고문장면을 다 잊지 못한 채, 또 다른 장면을 기억에 새긴 지금,
그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나는 앞으로 어쩌면 더 소시민으로 살 수 밖에 없겠다.'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누군가에게 맞고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당시 자유를 소리쳤던 사람들은 그런 측은함으로 볼 사람들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은 누군가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용기있게 해냈던 사람이고,
그렇기에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표현하는 창작가는 최고의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우는 그들의 고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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