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니, 그냥 가볍게 봐주시고 아프면 의사선생님께!
* 뇌동맥류는 자각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40대 이상이면 가끔 머리 CT정돈 찍어줍시다.(저처럼 30대 후반도...)
* 준비물까지는 뭔가 쓸모가 있는데, 그 뒤로는 그냥 사설입니다.^^;
* 아 맞다. 이걸 빼먹었군.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 일반병실 간호사들 이쁩니다.
(저야 의지하게 되어서 그렇게 보이나 싶었는데, 장모님이 '이 병원은 미모로 간호사를 뽑나...' 그러심)
- 격한 두통이 오면 물을 마시거나 뭘 먹지 말고 119에 전화합시다.
> 동맥이 터져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 보통 극심한 두통이 발생합니다.
(첫 통증 때 저는 그냥 이대로 죽는가 싶었어요. 이거 어쩌지... 죽나... 이랬음.)
그러면 무조건 구급차를 불러야합니다. 근데 그 사이 물을 마시거나 하지마세요. 음식물을 먹었다면,
응급수술 때 코에서 위까지 플라스틱 관을 집어넣습니다. 침 삼킬 때 무지 괴롭습니다.
(이미 먹었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병원에서는 정확히 얘기해주세요.)
- 중환자실 준비물
> 수면안대 : 완전히 불을 꺼버리는 일반병실과 다르게 중환자실은 일정한 조명을 유지합니다. 민감하신 분은 필수.
> 풋크림 : 가습기가 있고 산소 뭐 그런걸 코에다 바로 쏴주는데, 발은 좀 건조할 수 있습니다. 허락 받고 잘 발라줍시다.
(이걸 생각 못해서 완전 발이 엉망이 됐어요. 일반 병실에서 그거 수습한다고 좀 고생했습니다.^^;;)
> 성인용 기저귀 : 이건 병원에서 얘기 해 줄겁니다. 중환자실에서는 침대 위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필수죠.
소변줄을 연결해서 작은건 괜찮은데, 큰일은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해야합니다.
(저는 원래 8일 정도 있으면 일반병실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참았습니다.^^;; 중간에시도는 한 번 해봤으나 실패(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정신이 온전할수록 어려워한다고 하네요.ㅠ.ㅠ)
> 베이비 물티슈 : 예수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가 있죠. 쓸 일이 많습니다. 씻지도 못하는 환자니 일단 베이비.
- 환각
> 뇌를 수술해서 그런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환각을 꽤 경험했습니다. 보통은 잠든 것 비슷한 상태에서 환각을 경험하는데, 저는 두 번 정도는 깨어난 상태에서 본 것 같아요.(그데 정말 환각이라 전부 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봤을지도...)
일단 밤이 되면 중환자실의 구조가 바뀌며 무언가 다른 연구를 하고 있다는 망상부터 시작이었는데(조도가 달라지고 간호사분들의 수가 줄어든 것을 그렇게 인지했던 것 같에요.) 중환자실 입구에 카페테리아가 설치되기도 하고, 서태지 홍보 책임자가 되었다가 앉아서 쳐다만 보면 되는 어떤 출판/언론사 비슷한 곳에 취직한 환각에 빠지기도 하고, 팔을 흔들면 형형색색의 소닉붐이 나가는데 멀리 보니 절친한 동생도 똑같이 그러고 있길래 이건 환각이다 싶어 가만히 있어야 겠다 결심하기도 하고...
> 딱 한 번 침대에서 나가겠다고 가벼운 난동을 피웠고, 오른 팔에 있던 주사바늘을 뽑아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면회 때는 정신도 못 차렸죠. 면회 시간 30분 동안 네 번 눈을 떴는데, 눈을 뜰 때마다 아내 보면서 "여보 왔네." 이러고 잠들고를 반복했답니다. 나중에 간호사한테 죄송하다고 어땠냐고 물어보니 그 정도는 약한 편이라고 위로를...
> 뇌 수술이니 기억이 불명확한 환자가 있고, 현재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제 오른쪽 침대에 있는 아저씨는 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대략 3일 정도 걸렸어요. 간호사들이 뭔가 하러(주사, 약 등등) 올 때 마다 이름과 지금 있는 곳, 팔다리 움직임의 유무를 물어보는데 여기가 어딘지를 계속 모르시더군요...
- 운동
> 재활의학과 선생님이 와서 만세부르는 동작과 다리 하나씩 들어올리는 동작 같은걸 가르쳐 줍니다. 열심히 합시다.
중환자실에 누워만 있다가 일반병실에 오면, 걷지 못합니다.^^;; 온전히 걷는데는 대강 일주일 넘게 걸렸네요.
(아내는 가끔, 내가 이 나이에 남편 휠체어를 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 심한 웨이트는 피하고, 등산 같은 운동을 하라시는데(혈압이나 뇌압 같은 문제) 이건 몸상태마다 다르니 선생님께 잘 물어봅시다.
(수술 석달 정도 뒤부터 동네 헬스장에 나갔는데, 지금은 맨손 스쿼트 20*5개 / 엎드려서 발로 들어올리는 기구 3단 20*3개 / 자전거 40분 정도(닥터X 볼 동안) 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혈압에 악영향이 있진 않겠죠...)
- 참고사항
> 소변줄 : 아픕니다. 의외로 넣는데 시간이 걸립니다.ㅠ.ㅠ 뽑을 때는 소변이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진 않으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참게 될겁니다.^^;;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나서 첫소변을 보고 난 뒤에 대략적인 양을 얘기하라고 하는데, 그거 얘기하고 나면 와서 다시 한 번 합니다. 이번엔 이상없는지 검사인데... 똑같이 아픕니다. ㅠ.ㅠ
> 추가 검사 : MRI는 당연히 찍고, 허리와 다리가 접히는 부분의 동맥을 잘라서 조영제를 넣고 뭔가를 찍는 검사를 합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그 부분에 제모(제모하는 약으로 본인이 직접)도 하게 되는데요. 마취해서 안 아프다고 하는데, 조영제 넣을 때 마다 '읍'하는 소리가... 조영제는 뭔가 뜨거운 기운이 몸 속을 돈다는 느낌이 드는데 굉장히 묘합니다. 이건 그렇게 아프진 않아요. 근데 동맥을 자른 곳이라, 검사받고 나서 6시간인가...8시간인가 꼼짝말고 누워있어야 합니다.
*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내용은 없고... 길이는 길고...
* 저는 출혈량이 적었고, 수술이 아주 잘 됀 드문 케이스라고 합니다. 터진 동맥은 손목에 있는 동맥보다 대략 4배 굵기고, 처음 두통이 왔을 때 엄청 버벅(주말에 여는 동네 병원 갔다, 회사 가까운 내과 갔다가, 회사 가까운 큰 병원에서 뇌동맥류 진단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 스케줄이 만땅이라, 다른 병원 예약 해놨는데 그 사이 터짐)거렸는데도 운이 좋았죠.
* 경황이 없어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갔는데, 기사님이 완전 열심히 달려주셨다고 합니다. 감사드립니다.(_ _)
* 응급실에서 수슬을 기다릴 때, 멀쩡하게 들어오셨던 어떤 어르신이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간호사가 CPR(심폐소생술)을 외치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사력을 다했는데도 말이죠. 일반병실에서 상태가 많이 좋아져 걷기 연습을 할 때, 나이롱 환자니 어쩌니 중환자실 놀러갈까 이런 얘길 하면서 가는데, 중환자실 앞에서 면회를 기다리는 환자 가족들을 봤습니다. 아 정말 살면서 그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에요.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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