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한반도에서 일본열도를 향해 본격적으로

침공을 단행한 공식적 사례는 딱 다섯번 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신라구'라는 해적집단 내지 준군사조직의 무력활동을 제외하고

한반도에 구성된 정부쪽에서 공격한 사례 말입니다.

(신라구 혹은 신라해적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인데

최근 연구성과에 따르면 신라말 서남해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호족세력이 당-신라-일본의 삼각무역 루트를 장악하고

일본의 특산물에 대해서는 약탈을 하는 방식으로

무역을 시도한 집단이라 합니다.

신라구에 대해서는 주로 일본 쪽에서 연구 중인데

우리나라의 사료에는 전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피해 당사자 였던 일본 측에서는 기록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건 오늘 다루게 될 왜구에 대한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역시 피해 당사자였던 고려와 조선, 명나라입니다.

역사는 돌고 도나 봅니다)

물론 공식적인 기록에 남지 않은 개인적, 조직적 활동도 있었겠지만

본격적인 침공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걸로 보여집니다.

2차례에 걸친 고려-몽골 연합군의 일본 본토 침공,

려말선초 3차례에 걸친 대마도 공격이 그것입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이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1419년 대마도 공격입니다.

대마도 정벌

왜구 曰 : 힘들게 농사 짓느니 남의 물건 뺏는게 훨씬 쉽지 야호!

왜구(倭寇)

예나 지금이나 도둑놈 심보는 다 똑같습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왜(남쪽 오랑캐)가 쳐들어왔다'라는 구문이

명사화될 정도로 왜구의 활동은 엄청났습니다.

(왜구의 구에는 적이란 의미도 담겨있어

'남쪽의 적'이란 의미의 명사 자체이기도 합니다)

피해의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고려 말기에 이르러서는

 중앙정부의 권위에도 타격을 입힐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었죠.

고려 우왕 시절의 기록을 보면

바다에서 조운선을 약탈하는 것은 물론

내륙 깊숙이 쳐들어와 민가를 불사르고

양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무려 278번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기록에만 말입니다. 

왜구가 창궐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남북조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중앙권력이 쇠퇴하고 민간의 생활이 피폐해진 걸 꼽을 수 있고,

중국의 경우엔 원나라 말기의 혼란과 내전, 

고려의 경우에는 권문세족의 대두로 말미암은 

정치, 경제적 혼란이 국방력의 약화를 가져와

왜구의 침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게 컸다고 할 수 있죠.

국방력의 공백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고스란히 민생의 몫이었습니다. 

이 시기 왜구는 남부 해안가를 약탈하는 수준을 벗어나

현대의 전라, 경상, 충청, 경기, 황해, 평안도 지역까지 

말 그대로 한반도 거의 전역을 유린하는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1377년에는 그 규모가 절정에 달해

수도(개성)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왕과 신하들이 피난할려고 대비까지 하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국왕이 피난가면 병사들도 따라 갈텐데

남은 백성은 누가 지켜?!

선조 : 그건 나야 모르지~

다행히도 최영, 이성계를 비롯한 무장들의 엄청난 활약으로

수도 인근에 출몰한 왜구를 격퇴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왜구의 침입에 대응하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근거지에 직접타격을 가해

씨를 말리는거지만

방어하기에도 벅찬 고려의 군사력으로는 말다한거죠.

차선책은 수군을 강화하여

적의 상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걸 들 수 있는데

당시 고려군은 이미 수군이 유명무실해져 

육군 출신의 지휘관이 제독을 맡아 수군을 지휘하다 

캐발살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함을 건조할 돈도 없을 뿐더러

요격이라 해봤자

백병전을 전개하는 수준이니

병사의 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아~ 답이 없네 답이...

하지만

은 아니고

적을 요격하기 위해 원거리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발상을 실현한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화포를 발명했다고 알려진 드라군..

아니 최무선이 등장한 겁니다.

진포대첩의 주역이시죠.

1380년 8월

무려 500여척에 달하는 왜선이 진포 어귀에 등장합니다.

한 척당 100명이 탔다고 가정할 때

5만

평균치를 내 50명씩 탔다고 해도

2만 5천

걍 10명이서 유람하는 기분으로 왔다고 해도

5천

당시 고려를 침공했던 왜구의 규모 중에

최대 규모라 알려진 대부대였습니다.

이런 대적을 맞아

신무기인 화포를 이용하여

왜구놈들을 개박살 내버립니다!

마침내 해상에서 적을 요격하는 전법이 성공할 수 있다는

실례를 마련한 겁니다.

씐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상륙하여 노략질하던 부대 +

해전에서 용케 살아남아 육지로 도망친 부대 +

진포와는 다른 경로로 고려에 침공한 부대

이들이 본격적으로 합류를 시작하여

경상도 방향으로 남하를 시작한 겁니다.

가는 곳마다 약탈, 방화, 살인을 일삼으며

진군로에 있던 모든 지역에 대해

초토화 작전을 전개합니다.

이에 고려군도 병력을 집결하여

사근내역에서 접전을 벌이지만...

대패하고 맙니다.

씐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상륙하여 노략질하던 부대 +

해전에서 용케 살아남아 육지로 도망친 부대 +

진포와는 다른 경로로 고려에 침공한 부대

이들이 본격적으로 합류를 시작하여

경상도 방향으로 남하를 시작한 겁니다.

가는 곳마다 약탈, 방화, 살인을 일삼으며

진군로에 있던 모든 지역에 대해

초토화 작전을 전개합니다.

이에 고려군도 병력을 집결하여

사근내역에서 접전을 벌이지만...

대패하고 맙니다.

아.. 망했어요...

하지만

이름도 유명한 이성계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역전됩니다.

고려 조정에서는

이성계를 3도 도순찰사로 삼아 급파하고

이성계는 명성만큼이나 출중한 실력으로

'황산대첩'이라 명명된 대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이 패배 이후 왜구는 짧은 소강기를 거쳐

다시 한번 120여 척에 달하는

대병력을 모아 쳐들어 왔는데

정지 장군 휘하의 고려수군에게 관음포에서 박살이 납니다.

이때 신무기였던 화포의 활약이 엄청났던 걸로 보입니다.

이후

1380년대 중반까지 소규모로 내습을 가하다

1385년 함경도를 대병단으로 습격하여

고려에 다시 한번 막대한 피해를 안깁니다. 

하지만

1388년 위화도 회군 이후 상황이 급변합니다.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잡고

마침내 왜구의 근원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중론을 모아

대마도 공격을 단행한 겁니다.

박위 휘하의 병력이

함선 100여척으로 대마도를 강습하여

왜구의 함선 300여척과 막사를 완전히 불태우고

고려인 포로를 찾아내 귀환한 겁니다.

그리고

1392년

마침내

이성계가 공양왕의 양위를 받아 보위에 오르면서

조선을 건국합니다.

하지만

내레 신생 조선의 왕이야!  

실세는 접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만 있자~ 칼을 어디다 뒀더라?

자..잠깐..잠깐만.....!

뭐? 왜?

아니.. 그.. 그러니까...그......

1400년

이방원이

조선의 왕위에 오릅니다.

건국 초기의 혼란을 종식시키면서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신진사대부 세력이 시행했던

여러 개혁과 혁신을 계승, 종합하여

태종은 신생국의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사병을 혁파하는 등의 본격적 개혁을 단행하여

마침내 국방력을 재건합니다.

벽돌로 된 조선을 물려받아 대리석의 조선을 만들었지!

아빠~ 그럼 난 내부 인테리어만 한거야?

1418년 대마도에 큰 흉년이 듭니다.

쓰시마 섬은 산이 많고 땅이 척박해

농사짓기에 적합한 지역도 아닐 뿐더러

조선-일본을 잇는 중간지역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교역으로 먹고 살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 봤듯이

당대에 왜구의 본거지로 인식될 만큼

약탈경제도 주요한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흉년이 들자

예전 본성 못버리고 조선의 해안지역을 약탈합니다.

원래 명나라의 남부해안이 주목표였는데

가는 길에 보급을 하려 했던 걸로 보입니다.

  요로시! 명나라는 머니까 가까운 조선에서 보급하고 가야겠다

내놔!

뭐!?

1419년

아들에게 보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된

이 구역의 미친... 아니 태종은

그해 6월 9일

대마도 정벌을 결의하고 행동에 나섭니다.

오늘의 메인테마이자

대미를 장식할 3차 대마도 정벌의 막이 오른 겁니다.

태종은

이종무를 삼군 도체찰사로 임명하여

경상, 전라, 충청도

3도에 있던 병선 227척과 병사 1만 7천명을 파견하여

대마도 정벌에 돌입합니다.

음력 6월 19일 거제도를 출발한 대병단은

20일 대마도에 도착하여 항복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대마도주가 이를 묵살하자

100여명을 참수하고 2000여 채의 가옥을 불태우는 것으로 응수합니다.

29일에는 가옥 70여 채를 불태우고

포로가 됐던 명나라, 조선의 인질들을 구출합니다.

이윽고 이종무 장군은 좌, 우군에 명령하여 두지포에 포진케하고

자신은 주력함대를 이끌고 거제도로 귀환합니다.

이렇게 군사작전이 성공하자

태종은 유화책으로 전환합니다.

대마도주에게 항복을 권고하고

마침내 대마도주가 항복하자

두지포에 주둔 중이던 좌, 우군을 철수시킴으로써

정벌을 마무리 합니다.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왜구의 침입은 엄청난 피해와 상흔을 남겼습니다.

이 글에선 차마 다 기술하지 못했지만

당시의 기록을 보면

사실상 전면전 수준입니다.

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무능과 부정부패,

민간에 대한 수탈과 탄압

권위를 상실한 정부와 이어진 군사력의 공백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아실 수 있습니다.

물론

고려 말 혼란의 원인이

 왜구로부터 비롯된 건 아니지만

고려의 멸망에 크게 일조할 만큼

엄청난 상처를 남긴 겁니다.

태종에 의한 마지막 정벌 이후

삼포왜란, 을묘왜변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었지만

한반도에 대한 왜구의 본격적인 침공은 저지됩니다.

대마도 정벌은 신생 조선의 국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대마도를 조선의 정치질서 속에 편입시켰고

(대마도주 스스로 경상도의 일부로써 복속을 청했고

조선 조정에서는 관직을 하사하여 이를 수락합니다.

대마도주는 조선 조정과 일본 막부 모두의 신하였고

후일 벌어진 임진왜란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자신들의 이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대마도주들이

살아남았던 방식은 의미심장합니다)

이후 세종이 삼포를 개항하고

대마도주에게 통상권을 하사하여

태종의 사업을 완수합니다.